[베이징 2008] 수영 마라톤 '외발 투혼'…불가능은 없다
10㎞ 수영 마라톤을 세계에서 16번째로 빨리 헤엄친 여자 선수는 왼쪽 다리가 없었다. 나탈리 뒤 투아(24.남아공). 2시간이 넘는 긴 레이스를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뒤 쇠로 만든 의족에 의지해서 걸음을 옮겼다.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뒤 투아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. 뒤 투아는 20일 열린 여자 수영 마라톤(10㎞)에서 2시간49초의 기록으로 전체 25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6위에 올랐다. 1위 라리사 일첸코(러시아.1시간59분27초7)보다 1분22초2 뒤진 기록이다. ◇다리를 잃고 꿈을 얻다=뒤 투아는 6세 때 운동을 시작한 수영 선수였다. 하지만 17세였던 2001년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무릎 아랫부분을 잘라내야 했다. 당시를 회상하면 그는 아직도 목이 멘다. 뒤 투아는 "그때 나는 모든 걸 포기했다. 수영은 물론이고 공부도 포기했다"고 말했다. 하지만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바로 수영이었다. 뒤 투아는 "다리를 절단하고 나서도 수영에 대한 열정은 없앨 수가 없었다.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. 수영을 할 때는 마치 왼쪽 다리가 그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"고 말했다. 그는 2002년 영연방대회에 출전해 비장애인과 처음 겨뤘다. 여자 자유형 800m에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. 뒤 투아는 2004 아테네 패럴림픽(장애인 올림픽)에선 수영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. 하지만 패럴림픽 금메달만으로는 그가 16세 때 꿈꿨던 '올림픽 출전'의 꿈을 이룰 수 없었던 모양이다. 뒤 투아는 상체 근육을 더욱 단련시켜 수영 마라톤에 도전했다. ◇꿈을 이루다=지난 5월 뒤 투아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. 뒤 투아는 "올림픽 티켓을 따고 펑펑 울었다. 오늘 이렇게 경기를 마친 게 나에게는 꿈이 이뤄진 것"이라고 말했다. 그는 패럴림픽과 올림픽에 동시에 참가한 첫 수영 선수다. 이날 수영 마라톤 경기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메달리스트들이 아니라 뒤 투아였다. 우승자 일첸코는 "뒤 투아를 존경한다"고 몇 번씩 강조했고 은메달을 딴 케리-앤 페인(영국)은 "뒤 투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"고 말했다. 뒤 투아는 "16위에 머문 게 아쉬웠다"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톱 5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.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남아공 국기를 들고 기수로 입장했던 그는 올림픽이 끝나고 열리는 패럴림픽에도 참가할 예정이다. 수영 마라톤이란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‘수영 마라톤’이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. 이 종목은 바다 혹은 강 등 야외에서 10㎞를 헤엄치는 것이다. 남자와 여자 1개씩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. 두 시간가량 헤엄쳐야 하는 선수들은 보통 5㎞ 이상부터 음료수 또는 젤리 형태의 음식물을 섭취한다. 음식물을 주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 코치들은 국기가 걸린 긴 장대 끝에 음료수나 음식물을 매달아 선수에게 전달한다. 선수들은 잠시 배영으로 영법을 바꿔 물을 마시면서 헤엄친다. 이때 코치들이 선수에게 작전 지시를 하기도 하고, 여분의 수영모나 물안경을 건네기도 한다.